폐점 보류하더니 결국… 홈플러스, 5개 점포 영업 중단으로 '가닥'

 극심한 자금난과 고질적인 납품 지연 문제로 경영 위기에 직면한 홈플러스가 결국 일부 점포의 영업 중단이라는 고강도 처방을 검토하고 나섰다. 유통업계에 따르면 홈플러스는 최근 노동조합 측에 서울 가양점을 비롯해 부산 장림점, 경기 일산점, 수원 원천점, 울산 북구점 등 전국 5개 주요 점포의 영업을 연내에 중단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사실을 통보했다. 이는 최근 몇 달간 지속된 현금 유동성 위기가 한계에 다다랐으며, 정상적인 매장 운영이 불가능할 정도로 상황이 악화되었음을 시사하는 대목으로, 유통업계 전반에 상당한 파장을 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이번에 영업 중단 대상으로 거론된 5개 점포는 당초 홈플러스가 자산 유동화를 통해 매각 후 재임차(세일 앤 리스백)를 추진하려다 내부 반발 등으로 폐점을 보류했던 15개 지점의 일부다. 한 차례 폐점 위기를 넘겼던 이들 점포가 다시 영업 중단 리스트에 올랐다는 것은, 그 사이 회사의 재무 상황이 전혀 개선되지 않고 오히려 더욱 심각해졌음을 방증한다. 실제로 최근 홈플러스 일부 매장에서는 신선식품과 공산품 납품이 원활하게 이루어지지 않아 진열대가 텅 비는 사태가 빈번하게 발생했으며, 이는 납품 대금 지급 지연에 따른 협력사들의 공급 거부가 현실화된 결과로 분석된다.

 


홈플러스의 이러한 위기는 단순히 개별 기업의 문제를 넘어, 쿠팡과 컬리 등 이커머스 공룡들의 약진과 고물가로 인한 소비 심리 위축이라는 유통업계의 구조적 변화와 맞물려있다. 오프라인 대형마트가 과거의 영광을 잃고 생존의 기로에 서 있는 상황에서, 사모펀드 MBK파트너스에 인수된 이후 지속적인 실적 부진과 재무구조 악화에 시달려온 홈플러스가 가장 먼저 한계 상황에 내몰린 것이다. 이번 5개 점포의 영업 중단 검토는 끝이 보이지 않는 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한 고육지책이자, 앞으로 이어질지 모를 본격적인 구조조정의 신호탄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상황의 심각성에도 불구하고 홈플러스 측은 아직 확정된 사안이 아니라며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현재 여러 가능성을 열어두고 검토 중인 단계"라고 선을 그으면서도, "만약 실제로 영업이 중단되더라도 해당 점포에서 근무하는 직원들의 고용은 전원 승계하여 인근 다른 지점으로 전환 배치하는 것을 원칙으로 할 것"이라고 밝혀, 직원들의 고용 안정을 최우선으로 고려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하지만 대규모 점포의 영업 중단이 현실화될 경우, 직원들의 불안감 확산과 브랜드 이미지 실추는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