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줄부터 피임도구까지…'출산'에 대한 모든 것을 담은 전시가 온다
순산과 장수는 동서고금을 막론한 인류의 보편적인 염원이었다. 특히 노동력이 중요했던 근대 이전까지, 아들을 낳아 대를 잇는 것은 간절한 바람이자 신앙에 가까웠다. 의학보다 민간신앙이 앞서던 시절, 순산과 득남을 위한 기원, 그리고 태어난 아이가 백일과 돌을 무사히 넘기기를 바라는 마음은 우리 생활 곳곳에 다양한 풍습으로 스며들었다. 국립민속박물관이 오는 3일부터 내년 5월 10일까지 선보이는 특별전 '출산, 모두의 잔치'는 바로 그 생명의 탄생을 둘러싼 다채로운 이야기들을 조명한다. 전시장 입구부터 나쁜 기운을 막기 위해 내걸었던 금줄이 관람객을 맞는다. 왼쪽으로 꼰 새끼줄에 아들을 상징하는 고추와 딸을 상징하는 숯을 꽂아 삼칠일(21일) 동안 외부인의 출입을 막았던 조상들의 지혜와 염원이 담겨있다.전시는 조선 후기, 아이를 낳던 '산실'의 모습을 재현하는 것에서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바닥에 깔린 짚은 단순히 분비물을 받아내는 실용적 목적을 넘어, 생명력을 상징하며 순산을 기원하는 의미를 담고 있다. 그 옆에는 탯줄을 자르던 낫과 가위, 위생을 위해 사용했던 무명천이 놓여 출산의 순간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당시에는 의학적 지식보다 속신이 더 널리 통용되었기에, 순산을 위한 기이한 풍습들도 많았다. 날달걀을 먹거나 살아있는 송사리를 통째로 삼키기도 했고, 산모의 배꼽에 미역을 붙이거나 남편의 옷을 배 위에 올려두기도 했다. 한편으로는 세종의 명으로 편찬된 의서 '태산요록'이나 '동의보감' 같은 전통 의학 서적들도 민간에 퍼지기 시작했다. 특히 '태산요록'에는 여아를 남아로 바꾸는 방법까지 기록되어 있어 당시의 뿌리 깊은 남아선호사상을 엿볼 수 있다.

의학이 발달하지 않아 영아 사망률이 높았던 시절, 아이가 태어난 지 백일이나 첫돌을 맞는 것은 온 마을이 축하할 만큼 큰 경사였다. 이번 전시에서는 100개의 각기 다른 옷감을 이어 만들어 아이의 장수를 기원했던 '백일 저고리'와 백 줄을 누벼 만든 백일옷이 눈길을 끈다. 전시의 백미 중 하나는 단연 '천인천자문'이다. 이는 일제강점기인 1933년, 한 아버지가 넷째 아이의 첫돌을 기념하여 주변 사람 천 명에게 직접 발품을 팔아 한 글자씩 받아 엮은 책이다. 자식의 건강과 행복을 바라는 아버지의 지극한 사랑이 담긴 이 책은 당시로서도 매우 이례적인 '빅 이벤트'였을 것이라고 박물관 측은 설명한다. 이 외에도 '작심삼일'로 끝난 아버지의 육아일기, 지금은 보기 힘든 조산사의 출장 가방, 어머니가 손수 만들어준 포대기 등 50여 명의 사연이 담긴 기증품들이 아련한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전시는 과거의 풍습을 넘어 시대의 변화상 또한 충실히 담아낸다. '아들딸 구별 말고 둘만 낳아 잘 기르자'와 같은 표어가 상징하는 국가적 산아 제한 정책 시기의 포스터와 피임용품들은 불과 수십 년 전의 풍경을 보여준다. 이후 결혼과 출산을 동일시하던 시대를 지나, 출산이 개인의 '선택'이 된 오늘날의 다양한 사회적 모습과 변화된 출산 용품들을 선보인다. 더 나아가 말리 보보족의 가면, 인도의 순산 기원 의례 등 세계 14개국의 출산 풍습을 함께 소개해 문화적 시야를 넓힌다. 마지막으로 전시는 생물학적 출산 외에 입양 등 우리 사회가 마주한 다양한 '태어남의 방식'을 조명하고, 관람객이 직접 자신의 탄생 경험을 공유하는 참여 공간을 마련하며 생명과 돌봄의 의미를 함께 나누는 진정한 '모두의 잔치'로 마무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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