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성 논란’ 콜 어빈.."코치·포수에 어깨빵, 공 패대기까지"

콜 어빈은 이날 경기 초반 4-0 리드를 안고 2회초 마운드에 올랐지만, 선두타자에게 사구를 허용한 것을 시작으로 제구 난조를 보였다. 박건우에게 볼넷, 천재환에게 우전안타를 내주며 2사 만루 위기를 자초했고, 안중열에게 9구 끝에 밀어내기 볼넷을 허용하며 흐름이 급격히 무너졌다. 이어 한석현에게 2타점 2루타, 김한별에게 사구, 권희동에게는 싹쓸이 3타점 2루타를 내주며 단숨에 6실점을 기록했다. 13억 원의 몸값을 자랑하는 외국인 에이스가 단 한 이닝에 대량 실점을 허용한 것은 충격적이었다.
논란은 3회초에 벌어졌다. 4-6으로 뒤진 상황에서 콜 어빈은 선두타자 박건우에게 다시 사구를 허용했고, 천재환에게는 8구 승부 끝 볼넷을 내줬다. 결국 두산 벤치는 투수 교체를 결정했고, 박정배 투수코치가 마운드에 올라 교체 사실을 통보했다. 그러나 콜 어빈은 통역을 통해 교체 통보를 받은 직후 감정을 억제하지 못하고 포수 양의지와 코치를 차례로 어깨로 밀치며 마운드를 내려왔다. 이어 손에 들고 있던 공을 강하게 내던지며 불만을 표출했고, 이 모습을 지켜보던 양의지와 박정배 코치는 당황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경기 내용보다 더 큰 충격을 안긴 콜 어빈의 행동은 팀 내부 분위기를 해치는 것은 물론, 한국야구와 두산 구단을 향한 존중 부족으로 해석됐다. 팀이 9위에 처져 있고, 믿었던 외국인 투수가 경기 초반부터 사사구만 7개를 기록하며 난조를 보이는 상황에서 교체는 충분히 합리적인 결정이었다. 그러나 콜 어빈은 스스로의 부진에 대한 미안함을 드러내기는커녕 지도자와 선배 선수에게 신체 접촉을 동반한 항의를 하며 물의를 일으켰다.
콜 어빈은 이후 마운드를 이어받은 박신지가 첫 타자를 잡아내며 흐름을 끊는 듯했으나, 안중열에게 2타점 2루타를 허용하면서 콜 어빈이 남긴 주자 두 명이 홈을 밟았다. 이로써 콜 어빈의 최종 자책점은 8점으로 치솟았고, 시즌 평균자책점은 2.77에서 4.06으로 급등했다.
콜 어빈은 메이저리그 출신이라는 타이틀과 함께 큰 기대를 받고 KBO리그에 입성했다. 필라델피아 필리스를 시작으로 오클랜드, 볼티모어, 미네소타 등을 거친 콜 어빈은 메이저리그 통산 134경기(선발 93경기)에서 593이닝을 던지며 28승 40패 평균자책점 4.54를 기록한 경력자다. 하지만 세계 최고 무대에서 뛴 선수라는 자부심은 이날 경기에서는 찾아볼 수 없었다.
특히 포수와 코치에게 ‘어깨빵’을 하는 장면은 한국야구 팬들에게 충격 그 자체였다. 메이저리그에서도 좀처럼 보기 어려운, 팀워크와 상호 존중을 완전히 무시한 행동이었다. 당시 중계를 맡은 윤석민 해설위원 역시 “나와서는 안 될 행동”이라며 콜 어빈의 태도를 강하게 비판했다.
사실 콜 어빈의 인성 논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3월 28일 삼성과의 경기에서도 박병호와 격한 신경전을 벌여 도마 위에 올랐다. 당시에도 콜 어빈은 언행 논란에 휘말리며 이튿날 박병호를 직접 찾아가 사과했고, “한국 문화에 익숙하지 않다. 배우겠다”는 말을 남기기도 했다. 그러나 불과 한 달여 만에 다시 팀을 혼란에 빠뜨리는 행동으로 진정성에 의문을 남겼다.
콜 어빈은 지난달 중순 아내와 함께 국내 보육원 시설을 방문해 봉사활동을 펼치며 팬들의 호감을 얻은 바 있다. 그러나 이번 경기에서 보여준 행동은 그러한 이미지와는 정면으로 배치된다. 선행은 일회성으로 끝날 수 있지만, 팀워크와 존중은 매 경기에서 드러나는 선수의 태도에서 판가름난다. 현재로서는 콜 어빈이 보여준 ‘인성 논란’이 그의 야구 실력보다 더 큰 화제가 되고 있다.
두산 구단은 이번 사태를 어떻게 수습할지, 콜 어빈이 다시 팬들에게 신뢰를 회복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분명한 것은, 콜 어빈이 진정으로 한국 야구를 존중하고 팀의 일원으로서 책임을 다하기 위해서는 지금보다 훨씬 더 많은 자기 반성과 변화가 필요하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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