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쭐내는 여행엔 '여기'가 제격
동해를 따라 달리는 기차여행이 본격적인 5월 바다 관광 시즌과 맞물려 주목을 받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가 함께 추진 중인 ‘5월 바다가는 달’ 캠페인의 중심축으로 떠오른 코스는 바로 동해선. 이 철도 노선은 대한민국의 해안을 따라 북에서 남으로 길게 뻗은 ‘코리아둘레길’ 중 하나인 해파랑길과 평행하게 뻗어 있어, 바다 풍경과 기차여행의 낭만을 동시에 누릴 수 있다.
지난해 12월 말 개통한 동해선은 포항에서 시작해 영덕, 울진, 삼척을 잇는다. 이 지역들은 단순한 관광지가 아니다. 과거 봄철마다 산불 피해를 겪은 아픔을 가진 땅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제는 여행객과 지역 주민이 함께 자연을 되살리고, 상처를 극복하며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는 곳으로 재탄생했다. 특히 동해선 주변은 먹거리, 자연, 인문학이 조화를 이루는 '여행 3위일체' 명소로 떠오르고 있다.

삼척은 그 중심에 있다. 삼척해수욕장은 낮엔 에메랄드빛 바다가, 밤엔 보라빛과 핑크빛으로 물든 파도가 낭만을 더한다. 5억 년 전 고생대의 신비를 간직한 환선굴과 함께, 가곡덕풍계곡과 가곡유황온천은 힐링과 웰니스 여행지로 주목받는다. 장호항은 삼척 죽서루에서 차로 20여 분 거리로, ‘동해의 나폴리’로 불릴 만큼 아름다운 절경과 해양레저 인프라를 갖추고 있다. 기암괴석이 자연 방파제가 되어 수상 활동에 적합하며, 해상케이블카와 해안레일바이크도 색다른 즐거움을 선사한다. 장호항에서 바라보는 해돋이는 여행자의 가슴에 진한 여운을 남긴다.
울진은 자연의 청정함이 살아 숨 쉬는 곳이다. 관동팔경 중에서도 망양정과 월송정을 품고 있으며, 불영계곡과 덕구온천, 금강송 숲길로 대표되는 울진의 생태환경은 국내에서도 손꼽힌다. 과거 잦은 산불로 고통을 겪었지만 올해는 다행히 피해를 면했다. 울진의 또 다른 명물은 죽변해안스카이레일이다. 드라마 ‘폭풍속으로’의 세트장이었던 이곳은 느리게 움직이는 2.8km의 모노레일을 타고 파도가 철썩이는 해안선을 따라가며 동해의 진경을 오롯이 감상할 수 있다. 하트해변, 죽변등대 등 주변 명소도 함께 둘러볼 만하다.

영덕은 동해안 해안 드라이브의 명소로 손꼽힌다. 장사해수욕장은 7번 국도변에 위치해 접근성이 좋고, 모래알이 굵어 맨발로 걷기에도 적당하다. 수심이 얕아 가족 단위의 해수욕에 적합하며, 조개잡이 체험도 가능하다. 바나나보트, 제트스키 등 각종 해양레저도 마련돼 있다. 주변의 부경온천과 장사상륙작전 전승기념공원은 역사와 휴식을 함께 즐길 수 있는 공간이다. 특히 해맞이공원과 해안 절벽을 따라 이어진 ‘영덕 블루로드’는 산책하며 풍경을 만끽하기에 제격이다.
포항은 동해안 먹거리의 본산으로 통한다. 특히 죽도시장은 1500여 개의 점포가 모인 초대형 시장으로, 수산물 위판장 안에만 200여 개의 횟집이 있어 사계절 내내 싱싱한 해산물을 맛볼 수 있다. 포항물회, 전복죽, 대게, 과메기 등 지역 특산 음식은 여행객의 입맛을 사로잡는다. 또한 드라마 ‘갯마을 차차차’의 촬영지로 알려지며 더욱 인기를 끌고 있다.
이처럼 동해선은 단순한 이동 수단을 넘어, 동해안을 따라 이어지는 삶의 이야기와 자연, 그리고 사람들의 회복을 담은 여행 코스로 자리 잡고 있다. 한국관광공사는 이와 더불어 ‘대한민국 구석구석’ 홈페이지를 통해 다양한 기차여행 노선을 추천하고 있다. 경부선의 더현대서울, 수원 화성행궁, 대구 동촌유원지, 부산 북항 친수공원, 중부내륙선의 이천 테르메덴과 충주 활옥동굴, 중앙선의 안동 월영교, 군위 화본역 등 지역별 특색을 살린 여행지가 소개되어 있다.
5월, 바다로 향하는 여행의 길목에서 동해선은 단순한 관광 열차를 넘어, 자연의 아름다움과 인간의 회복력을 오롯이 느낄 수 있는 특별한 기차가 된다. 특히 삼척, 울진, 영덕, 포항을 아우르는 이 여정은 자연을 통해 위로받고 싶은 이들에게 잊지 못할 감동을 선사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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