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도 모르게 빠져든 ‘먹는 중독’의 덫

인간의 먹고자 하는 욕구는 단순한 기호가 아니라 생존을 위한 진화의 산물이다. 하지만 현대 사회에서 이 욕구는 우울감, 불안, 공허함 같은 정신적 고통을 달래는 수단으로 왜곡되어, 당뇨병과 비만 같은 만성질환으로 이어지는 ‘독’이 되고 있다. 13년간 당뇨병·비만·심뇌혈관질환 환자들을 진료하며 식욕 조절의 어려움을 몸소 목격한 최 교수는 “먹는 욕망을 멈추지 못해 고통받고, 죽음에 이르는 사례를 보며 의사 생활을 접고 과학 연구에 몰두하게 됐다”고 고백한다.

특히 ‘금지와 갈망’이 음식 중독을 키운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다이어트 중인 사람이 음식을 제한하지 않으면 상대적으로 많이 먹지 않는 반면, 섭취를 엄격히 막으면 오히려 음식에 대한 갈망이 폭발한다는 것이다. 이는 ‘비만 꼬리표’가 오히려 자기조절력을 악화시키는 악순환의 시작임을 뜻한다. “배 나온 것 좀 봐” “살 빼야겠다” 같은 체형에 대한 조롱은 동기부여가 아닌 해악이며, 어린 시절 체형으로 낙인을 경험한 사람은 성인이 돼 비만이 될 확률이 62% 높다는 연구 결과가 이를 뒷받침한다. 몸에 대한 스트레스가 ‘폭식 버튼’을 누르게 하는 악순환을 만든다는 점은 현대인의 심리와 건강 문제를 더욱 복잡하게 만든다.
김 교수는 “인류 역사 속에서 점점 더 마른 몸매가 이상화되고 있다”며, “미스아메리카 우승자들의 체질량지수가 1900년대 초부터 꾸준히 낮아진다는 연구가 이를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사회적 압박과 미디어가 만들어낸 왜곡된 몸 이미지가 개인의 건강에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경고한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먹는 욕망’에 휘둘리지 않고 건강한 삶을 살 수 있을까? 저자들은 현대 산업사회가 우리의 쾌락과 욕망을 어떻게 자극하고 중독시키는지 인식하는 것이 첫걸음이라고 말한다. 음식 산업뿐 아니라 다양한 상업적 이익이 우리의 갈망을 조작하며, ‘배고픔’과는 무관하게 쾌락을 위해 ‘더 많이 먹게’ 만드는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의 갈망은 이미 오염돼 있다. 배고픔에 의한 자연스러운 욕구가 아니라, 산업이 주입한 욕망에 의해 움직인다”는 경고는 현대인의 식습관과 건강 문제에 새로운 관점을 던진다.
『먹는 욕망』은 단순한 식탐의 문제를 넘어서, 인류 진화부터 현대 산업 구조에 이르기까지 식욕과 욕망의 복잡한 메커니즘을 해부하며, 어떻게 해야 건강과 정신을 지킬 수 있을지 고민하게 한다. 우리가 무심코 던지는 ‘맛있게 먹으면 0칼로리’라는 농담 뒤에 숨겨진 중대한 건강 위협을 과학적 근거와 사례로 풀어내며, 진정한 자유와 건강한 식생활을 위한 길잡이가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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