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주인도 세입자도 '멘붕' 전세난..매물 사라지고 가격 치솟고

부동산 정보 플랫폼 리치고의 최신 자료에 따르면, 지난 9일 기준 서울 아파트 전세 매물은 2만2480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불과 한 달 전인 7월 9일의 2만4518건과 비교해 2038건(약 8.3%)이나 줄어든 수치다. 상반기 내내 이어진 전세가 상승세에 더해, 6.27 대출규제가 전세 시장의 매물 잠김 현상을 더욱 심화시킨 것으로 분석된다.
KB국민은행 KB부동산 통계(8월 4일 조사 기준)에서도 서울 아파트 전세가격은 지난주 대비 0.06%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용산구(0.13%), 노원구(0.13%), 송파구(0.12%), 강남구(0.12%), 서대문구(0.08%) 등 주요 지역에서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서울 아파트 전세가는 무려 26주 연속 상승세를 이어가며, 올 상반기 서울 아파트 매매가 상승과 동조화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더욱이 6.27 대출규제는 전세 거래량마저 급감시키는 결과를 초래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 3월 1만5204건에 달했던 서울 아파트 전세 거래량은 이후 지속적으로 감소해 6월에는 1만2245건, 7월에는 1만140건으로 줄었다. 8월 거래량은 아직 신고 기한이 남아있음에도 불구하고 1433건에 불과해, 대출규제 이후 전세 시장의 거래 절벽 현상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러한 거래량 감소는 대출 규제 강화로 주택 매수가 어려워지자 전세 수요가 증가한 데서 기인한다. 더욱이 전세퇴거자금 대출 한도가 1억 원으로 축소되면서, 집주인들이 세입자에게 돌려줄 보증금 마련에 난항을 겪게 되었다. 이에 따라 집주인들이 직접 거주를 선택하는 경우가 늘어나면서, 시장에 풀리는 전세 물량은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
현재 6.27 규제 이후 서울 부동산 매매가 상승세는 다소 주춤한 상태지만, KB부동산에 따르면 최근 강남권에서는 매수 심리가 소폭 반등하는 조짐이 감지되고 있다. 이에 따라 매매가와 전세가 동반 상승이 다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며, 실효성 있는 공급 대책 발표가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부동산 시장의 불안정은 결국 공급 부족에서 비롯된다는 인식이 지배적이기 때문이다.
김승준 하나증권 연구원은 "6월 전국 전세가가 상승했는데, 그 배경에는 수도권의 상승이 있다"며, "2년 후까지의 아파트 입주 물량도 감소하고 있어, 시기는 다르겠지만 공급 감소에 따른 주거 비용 상승은 지역별로 향후 나타날 것"이라고 전망하며 공급 부족의 장기적인 영향을 경고했다.
한편, 이재명 정부의 첫 공급정책이 이달 중 발표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재명 대통령과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은 3기 신도시 속도 제고, 유휴부지 활성화 등을 주요 대안으로 언급한 바 있다. 당장의 공급 부족을 해소하기 위해 생활형 숙박시설, 오피스텔 등 비아파트 활성화 방안이 포함될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어, 정부의 이번 공급 대책이 불안정한 전세 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귀추가 주목된다.
[ allidio.com 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를 금지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