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25센트 동전에 한국인 등장..베일에 싸인 '그녀'의 정체는?


미국에서 한국계 여성으로는 처음으로 화폐에 얼굴을 올린 인물이 탄생했다. 현지시간 8월 11일부터 한국계 여성 장애인 인권운동가 스테이시 박 밀번(Stacey Park Milburn)의 모습이 새겨진 25센트 동전이 미 전역에 시판된다. 이는 미국 사회의 다양성과 포용성을 상징하는 중요한 이정표로 평가받고 있다.미 조폐국은 현지시간 8월 10일, 밀번의 삶과 유산을 기리는 이 특별한 동전이 '아메리칸 위민 쿼터스 프로그램(American Women Quarters Program)'의 일환으로 주조되었다고 밝혔다. 미 재무부 주도로 2022년부터 시작된 이 캠페인은 참정권 등 다양한 분야에서 미국 사회 발전에 공헌한 여성들을 기리기 위해 기획되었으며, 총 20명의 여성이 쿼터 동전 뒷면에 등장할 예정이다. 스테이시 박 밀번은 그중 19번째 헌정 대상자로 선정되는 영예를 안았다.

 

1987년 서울에서 태어나 어린 시절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에서 성장한 밀번은 선천적으로 근육 퇴행성 질환인 근이영양증을 앓았다. 그녀는 어린 시절에는 스스로를 장애인으로 인식하지 못했으나, 수술과 치료를 반복하며 자신이 또래와 다르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이후 지역 사회의 다른 장애인들과 교류하며 장애인 인권 운동에 눈을 뜨게 되었고, 맹렬한 활동가로 변모했다. 미국 내 일부 한인 언론에 따르면 그녀의 한국 이름은 박지혜로 알려져 있다.

 

밀번은 16세의 어린 나이부터 이미 노스캐롤라이나주의 여러 장애인 관련 위원회에서 활발히 활동하며 두각을 나타냈다. 특히 2007년 스무 살이 되던 해에는 10월을 '장애인 역사 및 인식의 달'로 지정하여 모든 학교에서 장애인 역사를 교육하도록 하는 노스캐롤라이나 주법 제정 및 통과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그녀의 이러한 노력은 장애인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개선하고 교육의 장을 넓히는 데 크게 기여했다. 2014년에는 버락 오바마 행정부에서 지적장애인위원회 위원으로 지명되어 국가 정책 자문 활동까지 펼치며 장애인 권익 향상을 위한 목소리를 높였다.

 


신장암 투병 중에도 장애인 인권 운동에 대한 열정을 잃지 않고 활발히 활동을 이어가던 밀번은 안타깝게도 2020년 5월 수술합병증으로 세상을 떠났다. 조폐국은 그녀를 "리더이자 비전가, 문제 해결자였으며, 장애인의 정의를 위한 맹렬하면서도 연민 어린 활동가였고, 젊음과 목적의식, 헌신으로 빛났다"고 극찬하며 그녀의 짧지만 강렬했던 삶과 업적을 기렸다.

 

이번 25센트 동전 발행은 단순히 한 인물을 기념하는 것을 넘어, 미국 사회가 소수자의 권리와 다양성을 존중하고 포용하려는 의지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의미를 지닌다. 특히 한국계 인물이 미국 화폐에 등장하는 것은 처음 있는 일로, 이는 미국 내 아시아계 커뮤니티에도 큰 자긍심을 안겨줄 것으로 기대된다. 스테이시 박 밀번의 이름과 얼굴이 새겨진 동전은 앞으로도 많은 이들에게 영감을 주며, 장애인 인권과 사회적 포용의 중요성을 일깨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