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 뒤덮은 '검은 뿔' 다닥다닥..美 경악시킨 '좀비 토끼'떼 비밀은?

 평화로운 전원 풍경을 자랑하던 미국 콜로라도주 포트 콜린스 지역이 최근 기묘한 현상으로 발칵 뒤집혔다. 마치 기괴한 상상 속에서 튀어나온 듯, 머리에 검고 단단한 뿔 같은 돌기가 돋아난 토끼들이 잇따라 목격되면서 주민들 사이에 섬뜩한 공포감이 확산되고 있다. 이 미스터리한 '뿔 달린 토끼'의 정체가 현지 언론을 통해 보도되자, 이들이 미지의 전염병에 걸린 것이 아니냐는 우려와 함께 지역 사회는 한바탕 소동에 휩싸였다.

 

지난 8일, 현지 매체 '9뉴스'의 보도를 시작으로 알려진 이 기이한 토끼들의 모습은 주민들에게 큰 충격을 안겼다. 포트 콜린스 주민 수잔 맨스필드 씨는 당시의 당혹감을 생생하게 전했다. "토끼 입 주변에 마치 검은 깃털이나 이쑤시개 같은 것이 잔뜩 붙어있는 줄 알았다"며, "2년 전에도 비슷한 토끼를 봤는데, 죽은 줄 알았던 그 토끼가 이번에는 더 크게 자란 모습으로 다시 나타나 소름이 돋았다"고 말했다. 그녀는 처음에는 토끼가 심각한 부상을 입은 줄로만 알았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주민 역시 "얼굴에 딱지 같은 것이 덕지덕지 붙어 있었다"고 전하며, 이 토끼들이 단순한 질병이 아닌, 심각한 감염병에 걸린 것이 아닐까 깊이 우려했다고 한다. 주민들 사이에서는 "혹시 사람에게도 옮는 것은 아닌가", "지역 생태계에 큰 문제가 생긴 것은 아닌가" 하는 불안감이 고조됐다.

 

주민들의 불안이 커지자, 미국 콜로라도 공원·야생동물국(CPW)은 즉각적인 조사에 착수했다. 그리고 마침내 이 미스터리한 '뿔'의 정체가 밝혀졌다. 문제의 토끼들은 '쇼프 파필로마 바이러스(SPV·SHOPE PAPILLOMAVIRUS)'에 감염된 것으로 확인되었다. 

 


이 바이러스는 1930년대에 처음 발견된 이래 토끼에게만 감염되는 특성을 지니며, 피부에 사마귀와 유사한 종양을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종양은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커져 마치 뿔처럼 보이게 되는데, 심한 경우 악성으로 발전하여 편평세포암을 유발할 가능성도 있다고 당국은 설명했다.

 

SPV 감염은 주로 토끼의 귀, 눈꺼풀, 머리 등에서 발견되는 것이 일반적이며, 모기나 진드기 등 흡혈 곤충에 물려 감염되는 것으로 파악됐다. 

 

CPW 관계자는 "이 바이러스가 토끼의 눈이나 입과 같은 민감한 부위에 심각하게 퍼지지 않는 한 토끼의 생명에 직접적인 위협을 가하지는 않는다"고 밝히며 주민들을 안심시켰다. 또한, 이 바이러스는 종 특이성이 강하여 개나 다른 야생동물, 심지어 사람에게는 전염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야생동물 관리 당국은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몇 가지 주의사항을 당부했다. 감염된 토끼를 직접 만지는 등 불필요한 접촉은 피할 것을 강력히 권고했으며, 야생동물을 발견했을 때는 멀리서 관찰하고 가까이 다가가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번 '뿔 달린 토끼'의 출현은 한바탕 소동으로 끝났지만, 야생동물과의 건강한 공존을 위한 인간의 역할과 야생동물 질병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일깨우는 계기가 되고 있다. 생태계의 작은 변화가 때로는 예상치 못한 파장을 일으킬 수 있음을 보여준 사례로 기록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