뛰기만 해도 배 아픈데…42km 먹으면서 완주, 정말 가능한가요?

 장거리 달리기를 즐기는 이들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갑작스러운 복통과 함께 화장실을 찾아 헤매는 아찔한 경험을 해봤을 것이다. 격렬한 신체 활동으로 장이 요동치며 발생하는 이 증상은 '달리기 선수 설사(Runner’s diarrhea)'라는 의학 용어가 있을 정도로 마라토너들에게는 흔한 고충이다. 수개월간의 고된 훈련 끝에 나선 42.195km의 여정에서 예기치 못한 생리 현상과 마주하는 것만큼 당혹스러운 일도 없다.

 

그런데 이 모든 상식을 비웃기라도 하듯, 숨 쉬기도 벅찬 마라톤 풀코스를 달리면서 쉴 새 없이 음식을 먹어 치우는 '먹방' 유튜버가 등장해 온라인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화제의 주인공은 유튜브 채널 '한스'를 운영하는 유튜버 한스다.

 

지난 11일 공개된 영상에서 그는 일본 홋카이도 마라톤에 참가해, 마라톤용 조끼에 편의점 음식을 가득 채운 채 레이스를 시작했다. 그는 구독자들이 추천해준 간식이라며 야키소바 빵을 시작으로 커피 우유, 낫또 김밥, 닭튀김(가라아게), 붕어빵, 딸기 우유, 모찌, 당고, 푸딩, 아이스크림까지, 구간마다 각양각색의 음식을 섭취하는 기행을 선보였다. 그의 옆에서 함께 달리던 일본인 참가자들은 놀라움을 감추지 못하며 '스고이(대단하다)'를 연발했다.

 

그의 '먹방 마라톤'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이전 보성녹차마라톤에서는 콘셉트에 맞춰 보성 녹차, 녹차 맛 빵, 과자, 초콜릿, 케이크, 카스텔라 등 온갖 녹차 관련 음식들을 먹으며 풀코스를 완주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한 손에는 카메라를, 다른 한 손에는 음식을 들고 끊임없이 "너무 맛있다"를 외치는 그의 모습에 네티즌들은 "보기만 해도 숨이 찬다", "먹고 뛰면 옆구리 안 아픈가?", "요즘 유튜버 진입 장벽이 너무 높다"며 경악과 찬사를 동시에 보냈다.

 

많은 이들이 "달리면서 먹으면 호흡이 힘들지 않냐"고 묻자, 그는 "호흡하기 좋은 속도로 페이스를 조절하면 된다"면서도 "음식이 너무 뻑뻑하면 힘들긴 하다"고 노하우를 밝혔다. 그가 이처럼 기상천외한 도전을 시작한 이유는 의외로 단순했다. "배가 고파서 달리기 힘들었기 때문"이라는 것. 그는 "선수도 아닌데 기록에 집착할 필요가 있나 싶었다"며 "부담만 느끼는 달리기보다, 내가 좋아하는 음식을 즐기면서 달리고 싶었다"고 '펀 런(fun run)'의 철학을 전했다.

 


하지만 이 유쾌한 도전의 결말은 지극히 현실적이었다. 그는 마라톤을 완주하자마자 화장실로 직행했다. 심지어 결승선이 가까워지자, 한국어를 알아듣지 못하는 일본인 진행 요원들을 향해 "똥 쌀 수 있다!", "똥 싸러 가자!"고 외치며 스스로를 독려하는 모습으로 폭소를 자아냈다.

 

사실 그의 마지막 모습은 지극히 과학적인 현상이다. 달리기 선수 설사의 명확한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전문가들은 달릴 때 근육으로 혈액이 집중되면서 장으로 가는 혈류량이 줄어드는 것을 주요 원인으로 꼽는다. 혈액 공급이 원활하지 않은 장은 자극을 받아 통증이나 설사를 유발하게 된다. 여기에 운동 중 탈수 현상, 불안감이나 스트레스 같은 정신적 요인이 더해지면 증상은 악화될 수 있다. 따라서 일반인이 무턱대고 '먹방 마라톤'을 따라 하는 것은 매우 위험한 행동이다. 전문가들은 달리기 2시간 전부터는 공복을 유지하고, 달리는 중에는 수분을 충분히 보충해 줄 것을 권고한다.

 

결국 유튜버 한스의 도전은 '즐기는 달리기'의 새로운 지평을 연 유쾌한 퍼포먼스인 동시에, 일반인들이 쉽게 따라 해서는 안 될 위험성을 내포한 극한의 도전임을 몸소 보여준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