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터졌다…美 '마약선 폭격'에 베네수엘라 "전면적 침략" 규정, 일촉즉발 위기

 미국과 베네수엘라 간의 갈등이 위험 수위를 넘어 폭발 직전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미국이 '마약 카르텔 소탕'을 명분으로 자국 선박을 공격해 11명이 사망한 사건에 대해,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이 이를 '전면적 침략'으로 규정하며 최고 수위의 비난을 쏟아냈다. 양측의 주장이 '테러리스트 사살'과 '민간인 학살'이라는 극단적인 입장으로 엇갈리면서, 카리브해의 긴장은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마두로 대통령은 현지 시각 15일 수도 카라카스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이것은 단순한 긴장이 아니다. 전면적인 침략 행위다"라고 포문을 열었다. 그는 미국이 베네수엘라를 범죄 국가로 낙인찍는 '사법적 침략', 연일 위협적인 성명을 발표하는 '정치적·외교적 침략', 그리고 이번 사건과 같은 '지속적인 군사적 성격의 침략'을 자행하고 있다고 조목조목 비판했다.

 

마두로 대통령은 더 나아가 "미국 정부와의 모든 소통 채널은 이제 버려졌다"고 선언하며, "폭탄 위협과 살해 협박을 일삼는 그들이 먼저 대화를 내팽개친 것"이라고 주장해 양국 관계가 사실상 파탄에 이르렀음을 시사했다.

 

사건의 발단은 지난 12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마두로 대통령의 주장에 따르면, 미 해군 구축함이 베네수엘라의 배타적경제수역(EEZ) 내에서 합법적인 조업 활동을 하던 자국의 참치잡이 어선을 무려 8시간 동안 불법적으로 점거하는 도발을 감행했다. 이에 대해 마두로 대통령은 "미국이 의도적으로 사건을 만들고 있다"며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이는 지난 2일 도널드 트럼프 당시 미 대통령의 발표에 대한 정면 반박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카리브해에서 베네수엘라의 마약 운반선을 폭격했으며, 이를 통해 국제 마약 밀매 조직 '트렌데아라과(TdA)' 소속 테러리스트 11명을 사살했다고 공식적으로 밝힌 바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해당 선박이 미국을 최종 목적지로 하는 불법 마약을 운송 중이었다고 주장했지만, 이를 뒷받침할 구체적인 증거는 제시하지 않았다.

 

베네수엘라 측은 미국의 주장을 '날조된 거짓'으로 일축했다. 디오스다도 카베요 베네수엘라 내무장관은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하며 "사망한 11명 중 그 누구도 TdA 조직원이 아니었으며, 마약 밀매와도 전혀 관련 없는 평범한 시민들이었다"고 밝혔다. 그는 미국이 정당한 이유 없이 치명적인 무력을 사용해 무고한 시민을 살상한 것이라고 맹비난했다.

 

그러나 미국은 한 치도 물러서지 않았다. 이스라엘을 방문 중인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은 인터뷰에서 "우리는 그 선박이 미국으로 향하는 마약 밀매에 연루되었다는 것을 100% 확신한다"고 말하며 베네수엘라 측의 주장을 일축했다. '마약 카르텔 소탕'이라는 미국의 주장과 '민간인 학살'이라는 베네수엘라의 주장이 정면으로 충돌하면서, 11명의 사망자를 둘러싼 진실 공방은 양국을 극한 대립으로 몰아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