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마저 '아들' 선호…시험관 아기 성비 불균형, 원인은 따로 있었다

이러한 결론은 연구팀이 진행한 독특한 실험을 통해 뒷받침된다. 연구진은 유전자 검사를 통해 이미 성별이 확인된 1300개의 배아를 대상으로, 숙련된 의사와 인공지능(AI) 시스템이 각각 배아의 품질을 평가하도록 했다. 그 결과는 놀라웠다. 의사가 직접 평가했을 때, 남성 배아의 69%가 이식에 적합한 '양호' 등급을 받은 반면, 여성 배아는 57%만이 동일한 등급을 받았다. AI 시스템 중 하나 역시 인간 의사와 유사하게 미세한 남성 배아 편향을 보였다. 이는 배아의 발달 속도가 빠를수록 더 '건강하다'고 여기는 현재의 평가 기준이, 결과적으로 남성 배아에게 유리하게 작용하고 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남성 배아가 여성 배아보다 초기 발달 속도에서 근소하게 앞서는 데에는 명확한 생물학적 이유가 존재한다. X와 Y 염색체를 하나씩 가진 남성 배아와 달리, 두 개의 X 염색체를 가진 여성 배아는 발달 초기 단계에서 유전적 균형을 맞추기 위해 둘 중 하나의 X 염색체를 '비활성화'하는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 한다. 이 과정은 상당한 에너지와 자원을 필요로 하므로, 여성 배아의 초기 성장 속도를 일시적으로 미세하게 늦추는 요인이 된다. 바로 이 미세한 속도 차이 때문에, 의사나 AI가 배아의 건강 상태를 등급화할 때 남성 배아가 더 높은 점수를 받아 이식 대상으로 선택될 확률이 자연스럽게 높아지는 것이다.
물론 오닐 박사는 이러한 성장 속도의 차이가 매우 미세하여 인위적인 성별 선택의 도구로 사용될 수는 없다고 분명히 선을 그었다. 실제로 영국을 포함한 대다수 국가에서는 심각한 유전 질환을 회피하려는 목적 외에 부모가 원하는 성별을 선택하기 위한 체외수정 시술을 법적으로 엄격히 금지하고 있다. 1978년 세계 최초의 시험관 아기 루이스 브라운이 태어난 이래 전 세계적으로 8백만 명이 넘는 생명이 이 기술을 통해 탄생했다. 이번 연구는 난임 부부에게 희망이 되어온 보조생식술의 이면에 숨겨진, 누구도 의도하지 않았던 흥미로운 과학적 사실을 밝혀냈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크다.
[ allidio.com 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를 금지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