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기 비만, 이제 '약'으로 잡는다…12세 이상 청소년용 위고비 허가, 그 의미는?

 비만 치료제 시장의 판도를 바꾼 '위고비'가 드디어 국내 청소년들에게도 새로운 선택지를 제공하게 되었다. 한국 노보 노디스크제약은 지난 24일,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위고비프리필드펜'을 12세 이상 청소년 비만 환자에게 사용할 수 있도록 적응증 확대 승인을 받았다고 밝혔다. 이번 결정으로 초기 체질량지수(BMI)가 성인 비만 기준에 해당하고 체중이 60kg을 넘는 청소년들은 칼로리 조절 및 신체 활동과 더불어 위고비를 보조적으로 투여받을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이는 단순히 치료제의 사용 범위가 넓어진 것을 넘어, 심각한 사회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소아·청소년 비만을 보다 적극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강력한 의료적 도구가 마련되었다는 점에서 획기적인 소식으로 평가된다.

 

이번 승인의 배경에는 청소년 환자를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의 압도적인 데이터가 자리하고 있다. 'STEP TEENS'라는 이름으로 진행된 3상 임상 연구는 비만이거나 과체중인 12세에서 18세 미만 청소년 201명을 대상으로 위고비의 효과를 위약(가짜약)과 비교했다. 그 결과는 놀라웠다. 68주간 위고비 최고 용량(2.4mg)을 투여한 그룹은 체질량지수(BMI)가 평균 16.1% 감소하는 극적인 효과를 보인 반면, 위약 그룹은 오히려 0.6% 증가하며 확연한 차이를 드러냈다. 체중 변화 역시 마찬가지였다. 위고비 투여군은 평균 15.3kg이 빠졌지만, 위약군은 평균 2.4kg이 늘었다. 5% 이상 체중 감량에 성공한 비율도 위고비 투여군이 72.5%에 달해, 17.7%에 그친 위약군을 압도했다. 허리둘레, 혈압, 당화혈색소 등 심장대사 위험 인자까지 유의미하게 개선되며 단순한 체중 감량을 넘어 전반적인 건강 증진 효과까지 입증했다.

 


물론 이처럼 강력한 효과 이면에는 주의해야 할 부작용도 존재한다. 임상시험 결과, 위고비 투여 환자의 62%가 위장관 관련 약물 이상 반응을 경험한 것으로 보고되었다. 가장 흔하게 나타난 증상은 오심(메스꺼움)으로, 무려 42%의 환자에게서 나타났다. 그 뒤를 이어 구토(36%), 설사(22%) 순으로 빈번하게 발생했다. 이는 위고비의 주성분인 '세마글루티드'의 작용 기전과 관련이 깊다. 세마글루티드는 본래 우리 몸의 소장에서 분비되는 GLP-1 호르몬을 모방한 약물로, 뇌에 작용해 식욕을 억제하고 포만감을 높이는 원리다. 이 과정에서 위장 운동에 영향을 미쳐 소화불량, 복통, 변비 등 다양한 위장관 증상을 유발할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청소년에게 투여할 경우, 그 효과만큼이나 부작용 발생 여부를 면밀히 관찰하고 관리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이번 허가는 국내 소아·청소년 비만 치료의 패러다임을 전환하는 중요한 분기점이 될 전망이다. 서울아산병원 김민선 교수는 "성장기부터 비만을 질환으로 인식하고 전 생애주기에 걸쳐 관리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평가했다. 과거에는 청소년 비만을 단순히 생활 습관의 문제로 치부하고 개인의 의지에만 맡기는 경향이 강했지만, 이제는 의학적 개입이 필요한 질병이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위고비의 등장은 식이요법이나 운동만으로는 해결하기 어려운 중증 비만 청소년들에게 새로운 희망이 될 수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허가를 계기로 성장기 비만의 심각성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되고, 안전성을 최우선으로 고려한 종합적인 치료 전략에 대한 논의가 더욱 활발해지기를 기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