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담배 끊으면 괜찮다는 착각…폐, '15년' 지나야 겨우 정상으로 돌아온다
부동의 국내 암 사망률 1위라는 치명적인 타이틀을 가진 폐암은 소리 없이 찾아와 생명을 위협하는 ‘침묵의 암살자’로 악명이 높다. 폐라는 장기 자체에는 통증을 감지하는 신경세포가 분포되어 있지 않아, 암세포가 자라나 조직을 파괴하기 시작해도 우리 몸은 어떠한 이상 신호도 느끼지 못하기 때문이다. 많은 환자들이 기침이나 가래, 호흡곤란, 또는 피가 섞인 가래 등의 증상을 느끼고 병원을 찾았을 때는 이미 암이 상당히 진행되어 손쓰기 어려운 3기나 4기로 진단받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이처럼 폐암의 초기 증상은 감기나 기관지염 정도로 가볍게 여기고 넘기기 십상이어서, 증상에 의존해 병을 인지하려는 생각은 매우 위험하다. 결국 폐암과의 싸움에서 승리할 확률을 높이는 유일한 방법은 증상이 나타나기 전에 선제적으로 몸 상태를 확인하는 정기 검진뿐이다.폐암의 가장 강력한 원인으로 흡연이 지목되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하지만 ‘지금이라도 담배를 끊으면 괜찮아지겠지’라는 막연한 기대감은 위험한 착각일 수 있다. 금연을 시작하는 순간부터 폐암 발생 위험도가 점차 낮아지는 것은 맞지만, 과거 흡연으로 인해 손상된 폐가 비흡연자 수준의 건강 상태로 회복되기까지는 이론적으로 약 15년이라는 긴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가장 확실한 예방법은 처음부터 흡연을 시작하지 않는 것이며, 이미 흡연자라면 하루라도 빨리 금연을 결심하고 실천하는 것이 최선이다. 더욱 경각심을 가져야 할 부분은 최근 들어 흡연 경험이 전혀 없는 비흡연자 폐암 환자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특히 국내 여성 폐암 환자의 약 80% 이상이 비흡연자라는 충격적인 연구 결과는 폐암이 더 이상 흡연자만의 질병이 아님을 명백히 보여준다. 간접흡연은 물론, 미세먼지와 같은 대기오염, 요리 시 발생하는 유해 물질, 그리고 유전적 요인인 가족력 등이 새로운 위험 요소로 떠오르면서 이제 누구도 폐암의 위협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게 되었다.

이처럼 예측 불가능하고 조용한 위협에 맞서기 위한 가장 효과적인 무기는 바로 ‘저선량 흉부 CT’ 검사다. 일반적인 건강검진에 포함된 단순 흉부 엑스레이 촬영으로는 암으로 발전할 수 있는 아주 작은 크기의 폐 결절을 발견하기 어렵다. 하지만 저선량 흉부 CT는 기존 CT에 비해 방사선 노출량을 획기적으로 줄이면서도, 엑스레이로는 식별 불가능한 수 밀리미터(mm) 단위의 미세한 결절까지 찾아낼 수 있는 정밀함을 자랑한다. 물론 CT 검사에서 결절이 발견되었다고 해서 모두 암으로 진단되는 것은 아니다. 과거에 앓았던 결핵의 흔적이나 염증성 병변일 가능성도 충분하므로, 결절이 보인다면 반드시 호흡기내과 전문의를 찾아 정확한 추가 진단과 조직 검사 여부를 판단하는 과정이 필수적이다. 폐암은 다른 어떤 암보다도 조기 발견이 생존율과 직결되는 만큼, 고위험군에 해당한다면 증상이 없더라도 정기적인 CT 검사를 통해 폐 건강을 확인하는 습관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폐암으로 최종 진단될 경우, 치료는 암의 조직학적 형태, 병기, 환자의 전반적인 건강 상태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다학제적 접근을 통해 결정된다. 암세포가 다른 장기로 전이되지 않은 초기 단계라면 암 조직을 완전히 제거하는 수술이 가장 근본적인 치료법으로 고려된다. 하지만 수술이 불가능할 정도로 암이 진행되었거나 이미 다른 장기로 전이가 이루어진 상태라면, 암의 성장을 억제하고 증상을 완화하여 환자의 삶의 질을 유지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항암화학요법이나 표적치료, 면역치료 등을 시행하게 된다. 중요한 것은 치료 이후의 관리다. 성공적으로 암을 이겨냈다고 하더라도 금연을 생활화하고, 규칙적인 운동과 균형 잡힌 식습관을 유지하며, 정기적인 추적 검사를 통해 재발 여부를 꾸준히 확인하는 노력이 뒷받침되어야만 진정한 의미의 건강을 되찾을 수 있다. 폐암은 단순히 암세포를 제거하는 것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환자의 남은 삶 전체를 관리하는 통합적인 접근이 필요한 질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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