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진석-김남국 '인사 청탁' 메시지 포착... 정국 강타

 지난 2일 밤 국회 본회의장은 내년도 정부 예산안 처리를 위한 막바지 진통을 겪고 있었다. 팽팽한 긴장감 속, 민주당 문진석 의원의 휴대전화 화면이 한 언론사 카메라에 포착되면서 정국을 뒤흔들 초대형 논란이 불거졌다. 문 의원이 김남국 대통령실 디지털소통비서관과 텔레그램으로 주고받은 메시지 내용이 고스란히 노출된 것이다.

 

메시지의 핵심은 민간 협회 인사에 대한 노골적인 청탁이었다. 문 의원은 김 비서관에게 '같은 대학 출신 후배'를 특정 자동차산업협회 회장으로 추천해달라고 요청했다. 추천 인물의 이력서로 추정되는 파일까지 첨부돼 전달됐다.

 

특히 문 의원은 "내가 추천하면 강훈식 실장이 반대할 거니까, 아우가 추천해달라"고 언급하며, 대통령실 내부의 권력 구도를 암시하는 듯한 발언까지 서슴지 않았다. 이에 김 비서관은 곧바로 "훈식이 형이랑 현지 누나한테 추천하겠다"고 화답,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과 김현지 제1부속실장 등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들을 언급하며 청탁에 응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국회 본회의장에서 예산안 심의라는 엄중한 상황에 벌어진 고위 당정 간의 '인사 청탁' 정황은 곧바로 정치권의 뜨거운 감자가 됐다. 민간 협회장 자리는 정부 정책과의 연관성이 높아 공직자들이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 자체가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쏟아졌다.

 

논란이 확산되자 여야 모두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민주당은 즉각 진화에 나섰으나 비판을 피하지 못했다. 박수현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이 문제에 대해서 매우 부적절한 처신으로 보고 있는 것은 틀림없다"며, 문 의원의 행위가 공직자의 윤리 규범을 위반했을 뿐 아니라 당의 도덕성에도 큰 타격을 입혔다는 점을 시인했다.

대통령실 역시 신속하게 대응했다. 대통령실은 "부정확한 정보를 부적절하게 전달한 내부 직원에 대해 공직기강 차원에서 엄중 경고 조치했다"고 공식 공지함으로써 김남국 비서관에게 경고 조치를 내렸음을 밝혔다. 이는 대통령실의 인사 시스템이 사적인 청탁에 의해 흔들릴 수 있다는 의혹을 사전에 차단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단순히 '부정확한 정보 전달'로만 규정하는 것은 사안의 본질인 '인사 청탁' 문제를 축소하려는 시도라는 비판도 제기된다.

 

국민의힘은 이번 사태를 단순한 해프닝으로 보지 않고 공세 수위를 높였다. 주진우 국민의힘 의원은 "형님 누나 하면서 인사에 다 관여하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는 것"이라며, 이번 메시지가 드러낸 비선 라인 및 사적 네트워크를 통한 국정 개입 가능성을 지적했다. 국민의힘은 국정조사나 청문회를 통해 대통령실의 인사 시스템 전반을 들여다봐야 한다고 촉구하며 전면적인 진상 규명을 요구했다.

 

논란의 중심에 선 문진석 의원은 지난 3일 예정된 국회 소속 상임위원회 회의에도 불참하는 등 외부 활동을 사실상 중단했다. 문 의원은 현재까지 어떤 공식적인 입장 표명도 하지 않고 있어 의혹만 증폭되는 상황이다.

 

이번 '텔레그램 청탁' 사태는 고위 공직자들이 국정 운영의 엄중함을 망각하고 사적 인맥을 동원해 민간 영역에까지 영향력을 행사하려 했다는 점에서, 공직 기강 해이와 윤리 의식 부재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정치권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공직자들의 윤리 기준과 대통령실의 인사 시스템 투명성에 대한 근본적인 논의를 시작해야 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