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에서도 '고아' 취급"…오승환이 꼽은 야구 인생 가장 힘들었던 순간

 '끝판왕' 오승환 신화의 시작은 역설적이게도 끔찍한 부상과 함께였다. KBO 역대 최고의 마무리 투수로 우뚝 서기 전, 대학 시절의 그는 팔꿈치 인대 접합 수술(토미 존 수술)이라는 큰 시련을 겪었다. 하지만 그는 좌절하는 대신,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혹독한 재활의 길을 택했다. 당시 그의 일과는 상상을 초월했다. 수술 부위인 팔꿈치 재활 운동에만 오롯이 오전 3시간을 쏟아부었고,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몸 전체의 균형이 중요하다는 생각에 야간에는 어깨 운동을 별도로 진행했으며, 러닝과 웨이트 트레이닝까지 병행했다. 아침 9시에 시작된 훈련은 밤 10시가 되어서야 끝이 났고, 무려 13시간에 달하는 지옥 같은 훈련을 매일같이 반복하며 강철 같은 몸을 만들어 나갔다.

 

그렇게 단련된 몸으로 최고의 명문 구단인 삼성 라이온즈에 입단했지만, 그를 기다린 것은 스포트라이트가 아닌 철저한 외면이었다. 첫 스프링캠프에서 모든 코칭스태프와 언론의 관심은 그가 아닌, 동기 좌완 투수 박성훈에게 쏠렸다. 오승환 스스로 "그때 나는 흔히 야구 선수들이 표현하는 '고아'였다"고 회상할 정도였으며, 프로에 와서 가장 힘들었던 순간으로 당시를 꼽았다. 페이스를 조절하는 법조차 배우지 못했던 신인은 훈련량을 감당하지 못했고, 구속은 140km/h에도 미치지 못하는 최악의 부진에 빠졌다. 하지만 시련은 길지 않았다. 스프링캠프가 끝난 뒤 오히려 체력이 올라오기 시작했고, 데뷔 시즌부터 KBO 역사를 새로 쓰는 괴물 같은 활약을 펼쳤다.

 


2005년, 신인 오승환은 무려 61경기에 등판해 99이닝을 소화하며 10승 1패 11홀드 16세이브, 평균자책점 1.18이라는 전무후무한 기록을 세웠다. 한 시즌에 한 투수가 10승과 10홀드, 10세이브를 동시에 달성한 것은 KBO 역사상 오승환이 유일하며, 이 기록은 지금까지도 깨지지 않고 있다. 하지만 정작 그는 "타이트한 상황에서 운 좋게 중간승이 많았을 뿐"이라며 "운이 따라줘야 하는 기록이라 쉽지는 않겠지만, 대단한 기록은 아니다"라며 극도의 겸손함을 보였다. 또한 불펜 투수로서 99이닝을 버텨낸 비결에 대해서는 대학 시절의 혹독했던 훈련 덕분이라고 답했다. 오히려 스프링캠프 때보다 훈련량이 줄면서 컨디션이 올라왔고, 비축해뒀던 힘을 경기에 쏟아부으면서 구속이 오르며 본궤도에 올랐다고 설명했다.

 

오승환을 리그 최고의 마무리 투수로 만든 '돌직구'의 비밀도 마침내 공개됐다. 그는 특별한 노하우가 있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가진 힘을 얼마나 손실 없이 공 끝까지 전달하느냐가 관건이라고 강조했다. 그리고 그 핵심 비결로 '회전'을 꼽으며, "공을 채는 느낌이 아니라, 눌러야 한다"는 구체적인 팁을 언급했다. 이는 단순히 빠르게 던지는 것을 넘어, 공에 강력한 회전을 실어 타자 앞에서 묵직하게 파고드는 그만의 전설적인 돌직구가 어떻게 탄생했는지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부상과 외면이라는 시련을 지옥 같은 훈련으로 극복하고, 겸손한 자세로 자신의 길을 묵묵히 걸어온 그의 선수 생활 전체가 바로 '돌직구의 비밀' 그 자체였던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