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만 주지 마라"…대통령의 '작심 발언'에 발칵 뒤집힌 공공기관

 이재명 대통령이 정부와 공공부문의 비정규직 임금 책정 관행에 칼을 빼 들었다. 이 대통령은 9일 국무회의에서 정부 부처나 공공사업에서 비정규직 인력을 고용할 때 인건비를 최저임금 기준으로 책정하는 것에 대해 강한 어조로 문제를 제기했다. 그는 "왜 정부는 사람을 쓰면 꼭 최저임금만 주냐"고 반문하며, "최저임금은 '이 이하로 주면 안 된다'는 법적 금지선이지, 그것만 주라는 뜻이 아니다"라고 못 박았다. 이익 극대화를 추구하는 민간 기업과 달리, 예산을 올바르게 집행할 의무가 있는 정부가 앞장서서 최저임금 지급 관행을 고수하는 것은 사회 발전을 가로막는 행태라는 것이 이 대통령의 핵심적인 비판이다.

 

대통령의 질타와 함께 즉각적인 조사 지시도 떨어졌다. 이 대통령은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을 향해 "정부부터 모범이 되어야 한다"며, 고용노동부 소속 기관부터 적정 임금을 지급하고 있는지 즉시 조사하라고 지시했다. 이에 고용노동부는 즉각 대응에 나섰다. 우선 고용부 자체적인 실태 조사에 착수하는 한편, 공공기관 노동 문제를 전담하는 부서를 통해 범부처를 대상으로 한 대대적인 실태 조사를 준비하고 있다. 다만 조사 계획 수립 등의 절차가 필요해 실제 조사는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이루어질 전망이며, 비정규직 처우 개선 논의가 구체화될 경우 인건비 증액이 불가피해 기획재정부 등 관련 부처와의 협의를 포함한 범부처 차원의 논의로 확장될 것이 확실시된다.

 


이번 대통령의 발언은 단순히 임금을 조금 더 주라는 수준을 넘어, 고용 안정성이 떨어지는 비정규직에게 그에 상응하는 보상을 제공해야 한다는 철학에 기반을 두고 있다. 이 대통령은 호주 등 해외 사례를 직접 언급하며 "고용 안정성이 떨어지면 그에 대한 보상도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때문에 관가에서는 이 대통령이 과거 경기도지사 시절 성공적으로 도입했던 '비정규직 공정수당' 제도를 전국적으로 확대하기 위한 포석을 깐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당시에도 이 대통령은 프랑스, 영국 등의 사례를 들며 고용 불안정성에 비례한 보상 수당 지급의 필요성을 역설한 바 있다.

 

이 대통령이 2021년 경기도에 도입한 '비정규직 공정수당'은 기간제 노동자에게 고용 불안정성에 비례하는 보상 수당을 지급해 정규직과의 차별을 완화하는 제도다. 경기도는 현재도 비정규직의 고용 불안 정도에 따라 기본급의 5%에서 최대 10%에 해당하는 금액을 계약 만료 시점에 일시불로 지급하고 있다. 2022년 한 해에만 도 소속 및 공공기관 비정규직 노동자 2,085명에게 총 23억 원이 넘는 공정수당이 지급됐을 정도로 성공적으로 안착했다. 하지만 예산 문제 등으로 다른 지자체로 확산되지는 못했던 이 제도가 대통령의 의지에 따라 국가 정책으로 추진될 경우, 공공부문 인건비 구조 전반을 뒤흔드는 거대한 논란과 변화의 시작점이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