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T 개인정보 유출 피해자, 1인당 10만원씩 받게 될까?

 SK텔레콤 개인정보 유출 사태와 관련해 피해자 1인당 10만 원 상당을 배상하라는 새로운 조정안이 나오면서 SK텔레콤이 다시 한번 중대한 선택의 기로에 놓였다. 한국소비자원 소비자분쟁조정위원회는 이번 해킹 사고에 따른 소비자 피해를 인정하고, SK텔레콤에 1인당 10만 원(통신요금 할인 5만 원, T플러스포인트 5만 포인트)을 배상하라는 결정을 내렸다. 특히 이번 조정안의 핵심은 단순히 조정 절차에 참여한 신청인뿐만 아니라, 2300만 명에 달하는 전체 피해자에게도 동일한 보상을 보장하는 계획서를 제출하도록 한 점이다. 이 경우 보상 규모는 산술적으로 2조 3000억 원이라는 천문학적인 금액에 이르게 된다.

 

SK텔레콤은 결정서를 받은 날로부터 15일 이내에 수락 여부를 위원회에 통보해야 한다. 만약 SK텔레콤이 조정안을 수락하면, 이 결정은 재판상 화해와 동일한 효력을 가지게 되어 사태가 조기에 마무리될 수 있다. 그러나 만약 이를 거부할 경우, 피해자들은 개별적으로 민사소송을 제기해야 하는 기나긴 법적 다툼에 돌입하게 된다. SK텔레콤이 별도의 의사표시를 하지 않으면 조정안을 '수락'한 것으로 간주되기 때문에, 회사는 신중한 검토 끝에 명확한 입장을 밝혀야만 하는 상황이다.

 


SK텔레콤의 고심은 깊어질 수밖에 없다. 2조 3000억 원이라는 금액은 지난해 SK텔레콤의 연간 영업이익(1조 8234억 원)을 훌쩍 뛰어넘는 막대한 규모이기 때문이다. 이미 회사는 이번 사태와 관련해 5000억 원 규모의 고객 보상안과 7000억 원 규모의 정보보호 투자 계획을 발표했으며, 이로 인한 비용 발생으로 3분기 연결 기준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90% 이상 급감하는 등 상당한 재무적 타격을 입은 상태다. 이러한 상황에서 조 단위의 추가 지출을 감당하기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하지만 변수도 존재한다. 사실 SK텔레콤은 이번 소비자원 조정안 이전에, 개인정보보호위원회의 분쟁조정위원회가 내놓은 1인당 30만 원 배상안을 거부한 전력이 있다. 당시 SK텔레콤은 선제적인 보상 조치가 반영되지 않았다는 점을 거부의 근거로 들었다. 이번 소비자원의 조정안은 개보위 안의 3분의 1 수준으로 배상액이 크게 줄었다는 점에서, SK텔레콤이 장기적인 소송전으로 인한 불확실성과 기업 이미지 실추를 감수하는 대신, 대폭 낮아진 배상액을 수용하고 사태를 조기에 매듭지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