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 여성, 퀴어…2026년 미술계 뒤흔들 역대급 전시

 2026년 병오년 미술계는 '자본', '여성', '퀴어'라는 세 가지 핵심 키워드를 중심으로 역대 가장 도발적이고 다채로운 담론의 장을 예고한다. 국립현대미술관, 삼성미술관 리움, 아트선재센터 등 국내 주요 미술 기관들이 파격적인 전시 라인업을 일제히 발표하며 미술 애호가들의 기대감을 최고조로 끌어올리고 있다. 영국 현대미술의 거장 데이미언 허스트의 아시아 첫 대규모 회고전이 자본과 예술의 관계를 정면으로 파고들고, 그동안 미술사의 주변부에 머물렀던 여성 작가들의 재조명이 대대적으로 이루어진다. 또한, 국내 최대 규모의 퀴어 그룹전은 소수자 담론을 미술계의 중심으로 끌어들이며 뜨거운 사회적 논쟁을 예고하고 있어, 2026년은 한국 미술계의 지형도를 새로 그리는 중요한 한 해가 될 전망이다.

 

올해 론 뮤익 전으로 53만 관객을 동원하며 저력을 과시한 국립현대미술관은 내년 3월, '영국의 악동'이라 불리는 데이미언 허스트의 회고전을 통해 또 한 번의 블록버스터급 흥행을 예고했다. 이번 전시는 아시아에서 열리는 최초의 대규모 회고전이라는 점에서 그 의미가 남다르다. 김성희 국립현대미술관장은 허스트를 "자본을 실험한 작가"로 정의하며, 그의 작품 세계가 인간의 영생에 대한 욕망을 파고든 자본의 속성을 어떻게 예술로 포착해냈는지를 집중 조명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이아몬드를 박은 해골 작품 '신의 사랑을 위하여'로 상징되는 그의 작업들은 죽음과 불멸, 그리고 신의 경지에 다다른 자본주의의 맨얼굴을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이번 전시에서는 그의 초기작부터 최신작까지 작품 세계 전반을 총망라하며, 예술과 자본의 경계에 대한 근원적인 질문을 던질 예정이다.

 


2026년 미술계의 또 다른 한 축은 '여성'이다. 올해 이불, 루이즈 부르주아 등 굵직한 여성 작가 전시를 선보였던 삼성미술관 리움과 호암미술관은 내년에도 여성 작가에 대한 집중 조명을 이어가며 강력한 '여풍(女風)'을 주도한다. 그동안 남성 중심의 미술사에서 소외되었던 여성 작가들의 선구적인 작업을 재평가하고, 이들의 목소리를 복원하려는 시도다. 리움은 내년 5월, 1세대 여성 설치미술가들의 작업을 모은 그룹전 '환경, 예술이 되다'를 통해 관객이 직접 작품 안으로 들어가 상호작용하는 몰입형 환경을 선보인다. 이어 9월에는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 대표 작가였던 구정아의 개인전을 통해 동시대 미술의 최전선을 보여준다. 호암미술관은 개관 역사상 처음으로 한국 여성 작가 회고전을 개최, 한국 여성 조각 1세대를 대표하는 김윤신의 70여 년 예술 세계를 조명하며 미술사에 새로운 획을 긋는다.

 

2026년 가장 뜨거운 논쟁과 담론을 생산할 전시로는 단연 아트선재센터의 대규모 퀴어 그룹전 '스펙트로신테시스 서울'이 꼽힌다. 김선정 예술감독의 지휘 아래 내년 3월부터 열리는 이 전시는 길버트와 조지, 로버트 라우션버그 등 세계적인 거장부터 국내외 주요 작가 70여 명의 작품을 통해 퀴어 미술의 다층적인 지형도를 조망한다. 이는 단순한 전시를 넘어 트랜스적 존재와 퀴어적 시공간성에 대한 심도 깊은 탐구를 통해 사회적 통념에 도전하는 장이 될 것이다. 한편, K-아트의 세계적인 확장세는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미국 워싱턴DC에서 시작된 '이건희 컬렉션' 국외 순회전이 시카고와 런던으로 이어지며 한국 미술의 위상을 높이고, 여기에 방탄소년단(BTS) 멤버 RM이 직접 기획한 개인 소장품 특별전 'RM×SFMOMA'가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다. 윤형근, 김환기 등 한국 거장들의 작품이 담긴 이 전시는 전 세계 젊은 층을 미술관으로 끌어들이며 K-아트의 저변을 넓히는 결정적인 기폭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