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위 12명이 40억명보다 부자…옥스팜의 충격 보고서

 전 세계가 인플레이션과 기아에 시달리는 동안, 최상위 부호들의 자산은 눈덩이처럼 불어나 사상 최대치를 경신했다는 충격적인 보고서가 나왔다. 국제구호개발기구 옥스팜은 세계경제포럼(WEF) 개막에 맞춰 발표한 보고서를 통해, 억만장자들이 부를 축적하는 것을 넘어 민주주의의 규칙마저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바꾸고 있다고 경고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 억만장자들의 자산 총액은 18조 3000억 달러(약 2경 7000조원)에 달하며 역대 최고 기록을 갈아치웠다. 자산 10억 달러 이상을 보유한 슈퍼리치의 숫자 역시 사상 처음으로 3000명을 넘어섰다. 일론 머스크를 포함한 단 12명의 자산이 전 세계 인구 절반에 해당하는 40억 명의 자산을 모두 합친 것보다 많다는 사실은 불평등의 민낯을 그대로 보여준다.

 


옥스팜은 이러한 부의 폭발적인 증가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더욱 가속화되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트럼프 집권 이후 억만장자들의 연평균 자산 증가율은 그 이전 5년과 비교해 약 세 배나 빨라졌다. 보고서는 대대적인 규제 완화와 부자 감세, 법인세 인상에 대한 국제 공조를 약화시킨 트럼프의 정책이 슈퍼리치들에게 막대한 부를 안겨주었다고 분석했다.

 

문제는 이 막대한 부가 단순히 금고에만 머무르지 않는다는 점이다. 옥스팜은 슈퍼리치들이 미디어 기업을 인수하고, 막대한 자금력으로 정치에 직접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며 경제적 불평등을 정치적 불평등으로 전환시키고 있다고 우려했다. 일론 머스크의 X(옛 트위터) 인수나 제프 베이조스의 워싱턴포스트 인수가 대표적인 사례로 꼽혔다.

 


실제로 억만장자들이 공직에 진출할 확률은 일반 시민보다 4000배 이상 높다는 통계는 부의 대물림이 권력의 대물림으로 이어지는 현실을 증명한다. 경제 규칙과 국가 통치의 원리가 부자들에게 유리하게 재편되는 동안, 평범한 시민들은 정책 결정 과정에서 소외되고 자신의 권리를 주장할 기회마저 박탈당하고 있다.

 

결국 다보스에 모인 세계 지도자들이 화려한 논의를 이어가는 동안, 회의장 밖에서는 부의 독점이 민주주의를 어떻게 파괴하는지에 대한 서늘한 경고가 울려 퍼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역대 최대 규모의 대표단을 이끌고 다보스를 찾는다는 소식에 반대 시위대가 집결하는 모습은 이러한 갈등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