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산 직행? 배럴당 80달러, 베네수엘라의 함정
베네수엘라가 오랜 국유화 정책을 포기하고 석유 시장의 빗장을 열었지만, 글로벌 석유 기업들의 반응은 예상과 달리 차갑기만 하다. 세계 최대의 확인 매장량을 자랑하는 '기회의 땅'을 향한 투자를 주저하는 이유는 단순하다. 화려한 수치 뒤에 가려진 베네수엘라 석유 산업의 민낯, 즉 부풀려진 매장량과 황폐화된 인프라, 그리고 형편없는 사업성 때문이다.가장 근본적인 의문은 베네수엘라가 주장하는 '3030억 배럴'이라는 확인 매장량 자체의 신뢰도에 있다. '확인 매장량'이란 현재 기술로 상업적 채굴이 확실시되는 양을 의미하지만, 이를 객관적으로 검증할 국제기구는 없다. 베네수엘라의 매장량 수치는 2007년 석유 국유화 선언 이후 외부의 검증 없이 자체적으로 보고된 값으로, 이 기간에 1000억 배럴 수준에서 3배 이상 급증하는 비정상적인 모습을 보였다.

기술적 후퇴와 매장량 증가의 역설은 이러한 의심을 더욱 증폭시킨다. 엑슨모빌과 같은 글로벌 기업들이 철수하면서 베네수엘라 국영석유회사(PDSVA)의 기술력은 퇴보했지만, 서류상의 매장량은 오히려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다. 전문가들은 잠재 매장량에 불과했던 초중질유까지 무리하게 포함시킨 결과라며, 실제 확인 매장량은 국유화 이전 수준인 1000억 배럴 안팎에 불과할 것으로 추정한다.
설상가상으로, 어렵게 퍼 올린 석유를 처리할 인프라는 폐허에 가깝다. 위성 데이터 분석에 따르면 현지 석유 저장 시설의 3분의 1은 녹슨 채 방치되어 제 기능을 상실한 상태다. 과거 수준의 생산량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최소 15년간 260조 원이 넘는 천문학적인 자금을 쏟아부어야 하지만, 이는 시작에 불과하다.

결정적으로 베네수엘라산 원유는 경제성이 없다. 채굴과 정제가 까다로운 초중질유의 특성상, 손익분기점이 배럴당 80달러를 훌쩍 넘어선다. 현재 국제 유가가 60달러 선에 머물고 있는 상황에서, 생산할수록 손해를 보는 구조인 셈이다. 글로벌 기업들이 막대한 리스크를 감수하고 베네수엘라에 투자할 이유가 전혀 없는 것이다.
석유 공룡들은 이미 더 나은 대안을 확보했다. 엑슨모빌은 베네수엘라 인근 가이아나 해상에서 손익분기점이 절반 이하인 30~40달러 수준의 유전을 개발 중이며, 다른 기업들 역시 캐나다 등지에서 훨씬 저렴하고 안정적인 원유를 생산하고 있다. 결국 베네수엘라의 석유 시장 개방은 매장량이라는 허울만 남은 '속 빈 강정'에 투자자를 초대하는 격이 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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