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 쳐도 '맹견' 지정 0건, 유명무실한 법의 현실

 반려동물 양육 인구 1500만 시대의 그림자가 짙어지고 있다. 국내 세 가구 중 한 곳이 반려동물과 함께하는 시대가 됐지만, 성숙한 양육 문화와 실효성 있는 제도는 그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매년 2천 건이 넘는 개물림 사고가 끊이지 않으면서, 사람과 동물이 안전하게 공존하기 위한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사법부의 판단은 사고의 책임이 견주에게 있음을 분명히 하고 있지만, 현실의 벽은 높다. 최근 대법원은 1년 동안 4차례나 개물림 사고를 낸 견주에게 금고 4년의 중형을 확정했다. 맹견 관리를 소홀히 한 책임에 대한 무거운 경고였지만, 이는 예외적인 사례에 가깝다. 최근 5년간 선고된 개물림 사고 1심 판결 30건을 분석한 결과, 80%가 평균 168만 원 수준의 벌금형에 그쳤다. 솜방망이 처벌이 반복되는 사이, 피해자들의 고통은 계속되고 있다.

 


대부분의 사고가 법적 맹견이 아닌 일반 반려견에 의해 발생한다는 점은 제도의 허점을 명확히 보여준다. 현행법상 입마개 착용 등 엄격한 관리 의무는 도사견, 핏불테리어 등 5개 견종과 그 잡종견에 한정된다. 하지만 실제 판결문 분석 결과, 맹견에 의한 사고는 단 2건에 불과했고, 가장 빈번하게 사고를 일으킨 견종은 36.7%를 차지한 진돗개였다. 심지어 몰티즈나 비숑 같은 소형견에 의한 상해 사고도 확인되는 등, 견종과 크기만으로 공격성을 예단할 수 없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개물림 사고 통계는 문제의 심각성을 여실히 보여준다. 소방청에 따르면 개물림 환자 이송 건수는 매년 2,000건을 상회하는 수준에서 꾸준히 발생하고 있다. 반복되는 사고를 막기 위해 2024년 동물보호법이 개정되기도 했다. 사람이나 다른 동물에게 위해를 가한 개에 대해 기질 평가를 거쳐 맹견으로 지정, 관리하도록 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사고 이력을 바탕으로 위험 개체를 사후에라도 관리하겠다는 취지였다.

 


그러나 야심 차게 도입된 기질 평가 제도는 현장에서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종이호랑이'로 전락했다. 제도 도입 이후 기질 평가를 통해 맹견으로 지정된 사례는 전무한 것으로 파악된다. 맹견으로 지정될 경우 견주에게 1.8m 이상의 울타리 설치, 정기적인 기질 평가 등 과도한 부담이 지워지기 때문에, 평가를 맡은 수의사나 훈련사들이 판정을 꺼리는 것이다. 결국 사고 예방이라는 본래의 목적을 달성하지 못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특정 견종에 대한 규제를 넘어 모든 반려견에 대한 견주의 책임 있는 관리와 엄격한 사회적 인식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개의 공격성은 용맹함이 아닌, 통제되어야 할 위험 신호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이다. 일부 해외 국가처럼 사람을 무는 행위에 대해 엄격한 책임을 묻는 문화를 정착시키지 않는 한, 유사한 사고는 언제든 다시 발생할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