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바닥에 방치된 유류품들, 제주항공 참사 재조사서 드러난 실태
대한민국을 슬픔에 빠뜨렸던 12.29 무안공항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현장에서 사고 발생 1년이 훌쩍 넘은 시점에 희생자의 것으로 추정되는 유해가 발견되어 파문이 일고 있다. 국토교통부와 전남경찰청 과학수사대는 지난 12일부터 무안국제공항 내 보관 중이던 기체 잔해를 대상으로 정밀 재조사를 벌여왔으며, 조사 15일째인 26일 오후 희생자의 신체 일부로 보이는 약 25cm 길이의 뼛조각을 찾아냈다. 이는 그동안 유해와 유류품이 기체 내부에 남아있을 가능성을 제기하며 재조사를 끈질기게 요구해온 유가족들의 주장이 사실로 드러난 순간이었다.현장에서 재조사 과정을 지켜본 유가족들은 당국의 허술한 사고 수습 방식에 분통을 터뜨렸다. 고 박예원 씨의 어머니 이효은 씨는 사고 이후 400일 가까운 시간 동안 기체 잔해와 유류품들이 물이 흥건한 바닥에 마대 자루 채로 방치되어 있었다고 증언했다. 이 과정에서 인형, 가방, 화장품 등 희생자들의 손때가 묻은 물건들이 무더기로 쏟아져 나왔으며, 특히 딸이 여행 당시 신었던 것으로 추정되는 샌들이 발견되자 현장은 눈물바다가 됐다. 유가족들은 기본적인 유류품조차 제대로 분류하지 않고 방치한 정부의 무책임한 태도를 강하게 질타했다.

이번 재조사는 지난해 8월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 취임 이후 유가족들의 지속적인 청원 끝에 뒤늦게 성사되었다. 유가족협의회는 기체 잔해 속에 아직 수습되지 못한 희생자의 흔적이 남아있을 것이라고 누차 강조해왔으나, 당국은 그간 미온적인 태도로 일관해왔다. 하지만 이번에 팔목 부위로 추정되는 커다란 유해가 실제로 발견되면서 초기 수색과 사고 수습 과정에 심각한 결함이 있었음이 증명됐다. 유가족들은 아직 조사해야 할 잔해의 양이 방대해 향후 한두 달은 더 정밀한 조사가 이어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정치권의 대응은 유가족들의 상처에 다시 한번 불을 지폈다. 이재명 대통령은 유해가 발견된 당일 열린 확대 국가관광전략회의에서 무안공항의 조속한 재개항을 언급했다. 이 대통령은 사고 현장의 정확한 보존과 기록이 뒷받침된다면 유가족들도 공항 운영 재개에 큰 반대를 하지 않을 것이라는 취지의 발언을 하며, 김윤덕 장관에게 신속한 재개항 논의를 지시했다.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최우선으로 요구하고 있는 유가족들에게 대통령의 이러한 발언은 참사의 아픔보다 경제적 논리를 우선시하는 것으로 비춰져 거센 반발을 사고 있다.

정부 당국은 이번에 발견된 유해의 정확한 신원을 파악하기 위해 즉시 유전자 감식 센터로 이송했다. 참사 직후 확보해둔 유가족들의 DNA 데이터와 대조 작업을 거쳐 희생자의 신원이 최종 확인될 예정이다. 하지만 신원이 확인된다 하더라도 이미 한 차례 장례를 치른 유가족들은 또다시 살점이 떨어진 유해를 마주해야 하는 참혹한 상황에 놓이게 됐다. 유가족들은 대체 몇 번의 장례를 더 치러야 아이들을 온전히 보내줄 수 있느냐며 정부의 진정성 있는 사과와 철저한 진상 조사를 거듭 촉구하고 있다.
무안공항 참사 재조사 현장에서 드러난 부실 수습의 실체는 우리 사회의 재난 대응 시스템이 여전히 미흡하다는 점을 여실히 보여준다. 기체 잔해 속에 유해가 방치된 채 1년 넘게 공항 한구석에 놓여 있었다는 사실은 희생자에 대한 예우는 물론 유가족에 대한 배려조차 실종되었음을 의미한다. 당국은 발견된 유해에 대한 신속한 감식과 더불어 남은 기체 잔해에 대한 전수 조사를 차질 없이 진행해야 한다. 또한 공항 재개항이라는 성과에 매몰되기보다 참사의 원인을 명확히 규명하고 유가족들의 무너진 마음을 치유하는 데 행정력을 집중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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