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와 시진핑의 담판 5월로 연기, 중국이 벌어들인 결정적 시간
미국과 이란의 전면전이 한 달을 넘기며 중동 전역이 화염에 휩싸였지만, 지구 반대편 중국의 표정은 묘하게 차분하다. 지정학적 라이벌인 미국이 막대한 군사비와 정치적 자산을 중동 늪에 쏟아붓는 동안, 시진핑 지도부는 대외적으로는 평화와 대화를 외치며 실리 챙기기에 분주한 모습이다. 전문가들은 중국이 이번 전쟁을 통해 미국의 전력 분산을 유도하고, 자신들은 에너지 안보와 외교적 준비 시간을 확보하는 '꽃놀이패'를 쥐었다고 분석한다.중국이 이토록 여유를 부릴 수 있는 배경에는 철저히 준비된 에너지 안전판이 있다. 중국은 대만 해협의 긴장 고조 등 극한의 고립 상황을 대비해 수년 전부터 전략 비축유를 대거 확충해 왔다. 기밀로 분류된 비축량은 최소 6개월에서 최대 1년 치 소비량을 감당할 수 있는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여기에 석탄 의존도가 높고 전기차 보급률이 세계 최고 수준이라는 점도 국제 유가 급등이라는 파고 속에서 중국이 버틸 수 있는 든든한 맷집이 되고 있다.

외교적 일정의 변화도 중국에는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 당초 이달 말 예정됐던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의 정상회담이 5월 중순으로 전격 연기된 것이다. 백악관은 5월 14일로 새 일정을 발표했는데, 이는 중국에 트럼프 행정부의 강력한 관세 압박에 대응할 전략을 짤 천금 같은 시간을 벌어주었다. 중국은 전쟁이라는 변수를 활용해 미·중 관계의 주도권을 잃지 않으면서도 까다로운 현안들을 차분히 조율할 사전 준비에 착수했다.
미국이 중동에 발이 묶이면서 대만해협과 남중국해에서 느끼던 군사적 압박이 완화된 점도 중국이 내심 반기는 대목이다. 미군의 시선이 테헤란으로 향할수록 아시아·태평양 지역에 대한 미국의 집중력은 분산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또한 이란과 우호 관계를 유지해 온 중국은 전쟁 종료 후 파괴된 인프라를 재건하는 과정에서 막대한 경제적 이권을 독점할 가능성도 크다. 중국은 이미 전후 복구 사업에서 자신들이 수행할 역할을 계산기에 넣고 있다.

중국 정부는 공식적으로 철저한 중립을 표방하며 미국과 이스라엘의 국제법 위반을 비판하는 동시에 민간인 살상에 대한 우려를 표명하는 등 균형 잡힌 중재자 이미지를 구축하고 있다. 하지만 내부 통제가 강력한 중국 SNS상에서 미국의 쇠퇴를 조롱하는 게시물들이 방치되는 현상은 주목할 만하다. 이는 중국 당국이 미국의 위신 추락을 자국 체제의 우월성을 홍보하는 수단으로 묵인하고 있음을 시사하며, 대외적인 중립 뒤에 숨겨진 속내를 짐작게 한다.
중동의 혼란을 틈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대공습과 트럼프의 종전 압박은 국제 정세를 더욱 미궁으로 몰아넣고 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미국이 돈바스 지역 포기를 조건으로 종전을 압박하고 있다며 폭로에 나섰고, 이는 푸틴의 요구와 일맥상통한다. 미국이 중동과 동유럽, 그리고 대중국 견제라는 세 마리 토끼를 쫓다 지쳐가는 사이, 중국은 조용히 힘을 비축하며 5월 정상회담에서 트럼프를 마주할 준비를 마쳐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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