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 노화 아니었다, 20년 추적으로 밝혀진 치매 전조 증상

 노년기에 접어들어 밤잠을 설치며 화장실을 자주 찾거나 걸음걸이가 눈에 띄게 느려진다면 단순한 기력 저하로만 볼 일이 아니다. 최근 북유럽에서 발표된 대규모 역학 조사 결과에 따르면, 병원 치료가 필요할 정도의 방광염이나 세균 감염을 겪은 노인은 그렇지 않은 이들보다 치매에 걸릴 위험이 약 20% 이상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신체 곳곳에서 발생하는 감염 반응이 뇌 건강을 위협하는 중요한 신호탄이 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핀란드 헬싱키대학교 연구팀은 65세 이상 노인 37만 5천 명의 의료 기록을 무려 20년 동안 정밀 추적했다. 연구 결과 방광염 진단을 받은 집단은 대조군에 비해 치매 발생 가능성이 22% 높았으며, 일반적인 세균 감염을 경험한 경우도 위험도가 21% 상승했다. 주목할 점은 이러한 감염 증상들이 실제 치매 확진을 받기 약 5~6년 전부터 집중적으로 나타났다는 사실이다. 감염이 치매의 결과라기보다 인지 기능 저하로 가는 길목에서 나타나는 전조 현상일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그동안 감염과 치매의 연관성에 대해서는 당뇨나 뇌졸중 같은 기저 질환 때문이라는 반론이 제기되어 왔다. 하지만 이번 연구팀은 우울증과 혈관 질환 등 치매와 관련된 27가지 변수를 모두 배제한 상태에서도 감염의 영향력이 여전히 유효하다는 점을 밝혀냈다. 다른 질환의 간섭 효과는 전체 위험 증가분의 10% 남짓에 불과했다. 결국 감염 그 자체가 뇌 기능에 직접적인 타격을 주거나, 이미 진행 중인 뇌의 퇴행을 가속화하는 독립적인 위험 인자라는 의미다.

 

신체 감염이 배뇨 조절과 보행 능력, 기억력 감퇴와 동시에 나타나는 이유는 뇌 구조에서 찾을 수 있다. 인간의 뇌에서 소변을 제어하는 영역과 걷는 기능을 담당하는 부위, 그리고 일부 인지 영역은 전두엽 인근에 밀집해 있다. 따라서 감염으로 인한 염증 반응이 혈액-뇌 장벽을 흔들거나 혈관에 손상을 입히면 이들 기능이 한꺼번에 무너지는 양상을 띠게 된다. 특히 65세 이전에 발생하는 초로기 치매 환자들의 경우 세균 감염 시 위험도가 일반인보다 2배까지 치솟는 등 상관관계가 더욱 뚜렷했다.

 


연구팀은 반복적인 감염이 몸속에 만성적인 염증 상태를 유도하고, 이것이 뇌세포를 보호하는 장벽을 약화시킨다고 설명했다. 폐렴이나 충치처럼 전신 염증을 일으킬 수 있는 질환들도 치매 위험을 각각 1.8배와 2.2배 높이는 것으로 분석됐다. 비록 감염이 치매의 직접적인 원인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신체의 면역 체계가 흔들리는 상황이 뇌의 퇴행성 변화를 촉진하는 촉매제 역할을 한다는 점은 부정하기 어렵다.

 

결국 노년층에서 발생하는 잦은 감염과 배뇨 습관의 변화, 움직임이 둔해지는 현상은 뇌가 보내는 긴급 구조 신호일 수 있다. 가벼운 감기 수준을 넘어 병원 방문이 잦아지고 회복이 더뎌진다면 이를 단순한 노화의 과정으로 방치해서는 안 된다. 감염 이후 인지 기능이나 일상 활동 능력이 예전 같지 않다면 즉시 전문의를 찾아 상태를 점검하는 것이 치매를 조기에 발견하고 대응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