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설의 ‘볼레로’, 한국인 최초로 무대를 압도할 김기민
세계 최정상급 발레단인 러시아 마린스키 발레단의 수석무용수 김기민이 새로운 도전에 나선다. 클래식 발레의 정점에서 활약해 온 그가 오는 4월 23일부터 26일까지 GS아트센터에서 열리는 베자르 발레 로잔(BBL) 내한공연에서 현대 발레의 상징과도 같은 모리스 베자르의 ‘볼레로’ 주역으로 무대에 오르는 것이다.김기민에게 ‘볼레로’는 오랜 시간 품어온 꿈의 작품이다. 마린스키 발레단 입단 초, 스승이 보여준 조르주 돈의 ‘볼레로’ 영상을 보고 온 우주의 힘이 하나로 모이는 듯한 강렬한 충격을 받았다. 언젠가 반드시 서고 싶은 무대였지만, 전설적인 무용수들이 거쳐간 이 역할은 아무에게나 허락되지 않았다. 7년 전 출연을 타진했으나 무산됐던 경험은 오히려 그를 더 단단하게 만들었다.

‘볼레로’는 20세기 현대 발레의 거장 모리스 베자르가 1961년에 발표한 혁신적인 작품이다. 붉은 원형 테이블 위에서 홀로 춤을 추는 주역 무용수 ‘멜로디’와 그를 둘러싼 군무 ‘리듬’이 점진적으로 고조되는 음악 속에서 폭발적인 에너지를 발산한다. 초연 당시 에로틱하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으나, 시대를 거치며 성별을 초월한 원초적 생명력과 제의적 분위기를 담은 걸작으로 평가받는다.
이번 내한공연은 김기민 개인의 도전을 넘어, 한국 관객에게 현대 발레의 정수를 소개하는 의미도 크다. BBL은 이번 무대에서 ‘볼레로’ 외에도 베자르의 또 다른 명작 ‘불새’, ‘루나’ 등을 함께 선보이며 그의 방대한 예술 세계를 조망할 기회를 제공한다. 김기민 역시 자신이 아닌 안무가 베자르의 세계가 더 주목받기를 바란다는 겸손한 마음을 전했다.

김기민은 스위스 로잔을 직접 찾아 BBL의 예술감독과 호흡을 맞추며 작품에 대한 이해를 높였다. 그는 이 작품이 강렬한 욕망과 기다림을 포함한 수많은 감정 끝에 마주하는 ‘죽음’을 은유한다고 해석하면서도, 최종적인 판단은 관객의 몫으로 남겨두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클래식 발레의 왕자에서 현대 발레의 제의를 이끄는 주역으로. 십수 년간 꿈꿔온 무대를 앞둔 김기민은 지금이 이 작품을 추기에 가장 적절한 시기라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그의 몸짓으로 재탄생할 ‘볼레로’가 한국 발레사에 어떤 획을 긋게 될지, 4월의 무대에 기대가 모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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