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00명 고통받던 아이들, 드디어 희망 찾았다! '이것' 덕분에 기적의 치료법 나왔다?

스테로이드나 면역조절제로 증상 관리가 가능함에도 불구하고, 어린 환자들에게는 키 성장 지체와 같은 부작용이 따르곤 한다. 또한 증상 예측이 어려워 과잉 치료나 잦은 재발이 반복되는 문제가 있었다. 사망 위험은 낮지만, 환자들의 삶의 질을 크게 떨어뜨리는 요인이 되어왔다. 실제로 신장 질환 환자들이 모인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5살 때 신증후군 판정을 받고 고2인데도 자주 재발해 겁이 난다"는 등의 하소연이 끊이지 않는다고 한다.
이러한 문제의식 속에서 대한소아신장학회 소속 의료진들이 2022년부터 머리를 맞대기 시작했다. 환자를 찾기 어려운 희귀질환 특성상 수많은 연구 자료 등을 모으고 분석하는 데 '집단지성'이 활용되었다. 발병 초기부터 안전하고 효과적인 치료를 위한 체계적인 진료 가이드라인 마련이 목표였다. 일부 의료진이 최신 치료법을 놓치는 경우도 있어 진료 현장에 통일된 지침이 절실하다는 점도 연구를 촉진했다.
이 연구에는 2021년 고(故) 이건희 전 회장 유족이 기부한 3천억 원이 결정적인 마중물 역할을 했다. 과거에는 각 연구자가 환자 사례를 엑셀 파일에 수기로 모으던 방식이었으나, 이건희 기부금 덕분에 훨씬 수월하고 체계적인 분석이 가능해진 것이다. 강희경 서울대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성인 질환과 달리 소아 희귀질환은 각종 연구비 지원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게 현실"이라면서 "이 기부금이 아니었다면 많은 병원·의사가 참여하는 사업을 시도조차 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진료 환자 증상을 실시간으로 추적하고, 이들의 시료도 채취하면서 체계적 연구가 가능해졌다"고 강조한다.

2년여간의 노력 끝에 지난달, 대한소아신장학회 명의로 '소아청소년 스테로이드 반응성 신증후군의 근거 기반 진료권고안'이 발표되었다. 이는 탄탄한 의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국내 환자에게 특화된 치료법을 제시한 것이다. 예를 들어, 외국에서는 비용 문제로 잘 사용되지 않는 데플라자코트나 사이클로포스퍼마이드 같은 약제도 국내 실정에 맞춰 적극 권고하는 등, 한국형 치료법을 제안했다. 강 교수는 "서양에서는 거의 쓰지 않는 약제라도 한국에서는 비용 대비 효과성이 좋아 사용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한다.
이렇게 개별 국가 차원에서 진료 지침을 마련한 것은 주요국과 비교해도 매우 선도적인 사례로 평가된다. 한국보다 먼저 가이드라인을 내놓은 곳은 국제신장학회, 일본, 인도 등으로 손에 꼽을 정도라고 한다. 이현경 중앙대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우리나라 실정에 맞는 권고안 부재로 임상 의사들이 각자 방식으로 진료해왔다"면서 "새 권고안으로 통일되고 국내 의료 환경에 적합한 진료가 제공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번 가이드라인은 더 나은 치료를 위한 중요한 시작점이다. 다음 달에는 권고안을 바탕으로 환자와 가족들에게 최신 치료 및 관리법을 공유하는 자리가 마련될 예정이다. 아직 개발되지 않은 스테로이드 불응성 소아 신증후군 환자를 위한 진료 권고안은 내년까지 완성될 전망이며, 장기적으로는 환자 치료 결과를 예측할 바이오마커(몸 상태 변화를 확인하는 지표) 구축도 계획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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