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 체벌이 부른 비극, 청소년기 일탈 위험 33%↑
자녀 훈육의 수단으로 여겨졌던 체벌이 실제로는 아이의 학업 성취도를 낮추고 청소년기 일탈 가능성을 높인다는 대규모 추적 조사 결과가 나왔다. 영국 유니버시티칼리지런던 연구팀은 2000년대 초반에 태어난 아동 1만 9,000명을 대상으로 약 20년에 걸친 장기 데이터를 분석해 이 같은 결론을 도출했다. 연구팀은 아동학대방지학회의 지원을 받아 진행된 이번 조사를 통해, 부모의 신체적 체벌이 아이의 뇌 발달과 사회성 형성에 미치는 부정적인 상관관계를 수치로 입증하는 데 주력했다.분석 결과에 따르면 어린 시절 체벌을 경험한 아이들은 성장 후 국가 공인 시험에서 낮은 합격률을 보였다. 구체적으로 3세에서 7세 사이 영유아기에 체벌을 겪은 아동은 그렇지 않은 집단에 비해 중등학교 졸업시험(GCSE)의 핵심 과목인 영어와 수학 등에서 합격점을 받지 못할 확률이 5.7%포인트나 높았다. 이는 체벌이 즉각적인 복종을 이끌어낼 수는 있어도, 장기적으로는 아이의 인지 능력 발달이나 학습에 필요한 정서적 안정감을 저해한다는 사실을 뒷받침하는 지표로 풀이된다.

정서적 부작용은 학업 성적보다 더욱 심각한 수준으로 나타났다. 어린 시절 매를 맞고 자란 아이들은 14세 청소년기에 접어들었을 때 반사회적 행동을 보일 확률이 일반 아동보다 33%나 높았다. 특히 타인에 대한 물리적 가해나 형제자매를 괴롭히는 행위, 나아가 최근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는 사이버 불링에 가담할 위험도 역시 눈에 띄게 상승했다. 부모로부터 배운 폭력적 해결 방식이 청소년기 또래 관계에서 그대로 재현되는 '폭력의 학습 효과'가 데이터로 확인된 셈이다.
연구를 주도한 베카 레이시 박사는 체벌이 사회적으로 용인되는 가장 흔한 형태의 폭력임을 지적하며 즉각적인 금지를 촉구했다. 레이시 박사는 체벌이 아이의 행동 교정에 아무런 이점이 없으며, 오히려 단기적인 공포심만 심어줄 뿐 장기적으로는 인생 전반에 걸쳐 악영향을 미친다고 경고했다. 연구팀은 체벌이 아이의 자존감을 무너뜨리고 스트레스 호르몬 수치를 높여 뇌의 전두엽 발달을 방해할 수 있다는 점을 이번 연구의 핵심적인 경고 메시지로 전달했다.

다만 연구팀은 이번 결과가 체벌과 성적 저하 사이의 직접적인 인과관계를 100% 설명하는 것은 아니라는 신중한 입장도 덧붙였다. 아동이 자라나는 과정에서 겪는 가정의 경제적 환경이나 부모의 교육 수준, 지역 사회의 인프라 등 체벌 이외의 다양한 외부 요인들이 아이의 삶에 복합적으로 작용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규모 표본을 통해 체벌의 유해성을 일관되게 확인했다는 점에서 이번 연구는 양육 방식의 패러다임 전환을 요구하는 강력한 근거가 되고 있다.
이번 연구는 체벌을 훈육의 일종으로 정당화해온 기존의 관념에 경종을 울리고 있다. 연구진은 아이를 올바른 길로 인도하기 위해서는 신체적 고통을 주는 방식이 아닌, 대화와 공감을 바탕으로 한 긍정적인 훈육법이 우선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체벌이 아이의 미래를 망치는 독이 될 수 있다는 과학적 증거가 축적됨에 따라, 전 세계적으로 아동에 대한 모든 형태의 물리적 행위를 법적으로 금지하려는 움직임은 더욱 힘을 얻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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