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국제도서전 개막, 15만 명 '오픈런'
국내 최대 규모의 책 잔치인 제68회 서울국제도서전이 24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닷새간의 대장정을 시작했다. 개막 전부터 전시장 입구에는 사전 예매에 성공한 방문객들이 200m 넘게 줄을 서는 진풍경이 연출되며 도서전을 향한 뜨거운 열기를 실감케 했다. 이미 준비된 티켓 15만 장 중 사전 예매분이 전량 매진된 가운데, 현장에는 인공지능 시대에 인간의 본질을 묻는 ‘호모 두두리(Homo duduri)’라는 주제 아래 수많은 독자가 모여 성황을 이뤘다.올해 도서전은 530여 개 참가사가 저마다의 개성을 담아 꾸민 부스들로 독자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단순히 책을 진열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독특한 콘셉트를 도입한 점이 눈에 띈다. 김영사는 부스를 체육관처럼 꾸민 ‘짐(GYM)영사’를 선보이며 난이도에 따라 책을 배치해 재미를 더했고, 문학동네는 시인선 15주년을 기념해 벽면 전체를 시집으로 채워 장관을 연출했다. 출판사 사계절의 ‘쌈마켓’ 콘셉트 굿즈는 개장 몇 시간 만에 품절될 정도로 젊은 층의 폭발적인 호응을 얻었다.

현장에서 만난 독자들은 부스의 독창적인 콘셉트와 굿즈가 책을 발견하는 새로운 통로가 되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과거 ‘굿즈 도서전’이라는 자조 섞인 비판도 있었으나, 이제는 세련된 소품과 브랜드 경험이 젊은 세대를 활자의 세계로 이끄는 강력한 유인책으로 자리 잡은 모양새다. SNS를 보고 현장을 찾았다는 한 방문객은 굿즈에 이끌려 왔다가 평소 접하지 못했던 장르의 잡지와 도서들을 대거 구매하게 됐다며 도서전의 매력을 전했다.
이번 도서전은 정치·문화계 주요 인사들이 대거 참석하며 그 위상을 공고히 했다. 개막식에는 대통령 부인 김혜경 여사와 최휘영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등이 참석해 자리를 빛냈으며, 오후에는 문재인 전 대통령이 평산책방 부스를 방문해 시민들과 소통하며 인파가 몰리기도 했다. 김태헌 대한출판문화협회 회장은 개막사를 통해 AI가 발전할수록 인간의 사유와 상상력이 담긴 책의 가치는 더욱 중요해질 것이라며 이번 축제의 의미를 강조했다.

글로벌 작가들과의 만남도 독자들을 설레게 하는 요소다. 주빈국인 프랑스의 세계적인 작가 베르나르 베르베르가 신간 대담을 위해 방한했으며, 은희경, 김초엽 등 국내를 대표하는 소설가들이 대거 참여해 북토크와 세미나를 이어간다. 28일까지 이어지는 행사 기간 동안 독자들은 평소 흠모하던 작가와 직접 마주하며 깊이 있는 문학적 대화를 나눌 기회를 갖게 된다. 이는 단순한 도서 판매를 넘어 지식과 감성이 교류하는 장으로서 도서전의 역할을 선명히 보여준다.
코엑스 밖에서도 책의 향연은 멈추지 않는다. 메인 도서전에 참여하지 못한 출판사들이 노들섬에서 여는 ‘서울제대로도서전’과 을지로 일대의 ‘서울자체도서전’이 동시에 개최되며 서울 전역이 거대한 도서관으로 변모했다. 주최 측은 이번 행사가 출판 산업의 활력을 되찾는 마중물이 되기를 기대하며, 마지막 날까지 안전하고 쾌적한 관람 환경을 유지하는 데 행정력을 집중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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